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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그리스도와 성탄의 의미 / 우병훈교수(고신대 신학과)

주쫑 2018. 12. 24.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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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하게 되신 그리스도와 성탄의 의미


- 우병훈 (고신대 신학과 교수)



영국의 유명 작가 CS 루이스의 형이 버스를 타고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때는 크리스마스 시즌이었고 마침 버스는 멋지게 장식된 예배당 근처를 지나고 있었다. 그때 한 여인이 말했다. “오 저런, 사람들은 모든 일에 종교를 개입시킨다니까. 저것 봐. 저 사람들은 심지어 크리스마스조차도 종교적으로 만들려고 하잖아.” 성탄의 의미가 세속화됐다는 걸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일화다.

해마다 성탄절이 다가오면 교회보다 백화점이 더 바쁘다. 성탄절의 진정한 의미는 사라지고 들뜬 분위기에 편승해 쇼핑하면서 12월을 보내고 있어서다. 우리는 이미 오래 전 성탄의 참된 의미를 세속적인 상업주의에 빼앗겨 버렸는지도 모르겠다. 성탄의 의미는 일상의 영적 싸움 속에서 다시 발견돼야 한다. 세속적 욕망과 상업주의가 성탄의 참된 의미와는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우리를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사도 바울은 고린도후서 8장9절에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를 너희가 알거니와 부요하신 이로서 너희를 위하여 가난하게 되심은 그의 가난함으로 말미암아 너희를 부요하게 하려 하심이라”라고 하셨다. 부요하신 이가 가난하게 되셨다는 말씀은 결국 부자와 거지의 비유를 들어 성육신의 신비를 설명하는 것이다. 우리를 구원하시려고 ‘부자’인 그리스도가 ‘거지’로 낮아지셨다.

정욕에 빠져 인생과 생명의 의미를 망쳐놓고 있으니 돈이 많거나 혹은 적거나 모두 죄인이다. 그런 우리를 살리기 위해 그리스도께서 직접 낮아지셔서 섬기셨다. 성육신이 아니었다면 인간은 어떤 희망도 없었을 것이다. 부자 그리스도께서 자발적으로 우리 대신 거지가 돼 주셨기 때문에 우리에게 소망이 주어졌다. 성육신의 가장 큰 의미는 예수님의 자발적 가난에 있다. 그분이야말로 청부(淸富)와 청빈(淸貧)의 원형이다. 성탄절에 묵상해야 할 분은 온 세상을 직접 섬기기 위해 세상의 가장 밑바닥으로 오신 ‘부자이자 거지인 그리스도’다.

사도 바울은 자비량 선교사였다. 하지만 가는 곳마다 모금을 했고 이를 가난한 이들에게 전했다. 갈라디아서 2장 10절에 보면 그가 가난한 자를 돕는 걸 사도적 실천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했다는 걸 알 수 있다. 참된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사도적 복음을 전수 받을 뿐 아니라 가난한 자들을 돕는 사도적 실천 또한 전통으로 이어왔다. 4세기 교부 크리소스토무스는 “구제가 구제하는 자의 영혼을 치료하는 길이 된다”고 했다. 교회가 복음을 받기만 하고 나눔과 섬김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복음을 제대로 누릴 수 없다.

그러나 사도 바울은 자신이 하는 모금으로 불필요한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극도로 조심했다. 고린도후서 8장에는 이에 대한 구절이 등장한다. 구제 헌금을 풍성하게 하라고 권면하면서도 명령은 아니라고 분명하게 밝혔다. 인색하거나 억지로 하지 말고 즐겁게 연보하는 자를 하나님께서 사랑하신다고도 했다.

다시 예수 그리스도로 돌아가자. 그리스도는 성육신을 통해 부자에서 거지가 되셨고 이를 통해 우리를 부자로 만들어 주셨다. 우리가 부자가 됐다는 것은 물질적으로 축복을 받게 됐다는 뜻은 분명 아니다. 그리스도인이 된 뒤 내가 가진 ‘복음의 부유함’으로 가난한 자들을 섬길 수 있게 됐다는 걸 말한다. 아무리 많이 가져도 가난한 이웃을 구제하지 못하면 거지 신세를 벗어날 수 없다. 하지만 자신이 가진 복음을 가난한 자들에게 나눠 주면 결국 하늘에 보화를 쌓는 참 부자가 되는 것이다.

이번 성탄절에는 부자이지만 스스로 가난하게 되셨던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실천을 하면 어떨까. 최근 한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 100명 중 16명 이상은 빈곤에 허덕인다고 한다. 그럼에도 기부는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이럴 때 교회가 앞장서서 구제하고 섬긴다면 성탄의 참된 의미를 가장 분명히 보여주게 될 것이다. 우리가 주님을 닮아서 자발적으로 낮은 자리로 간다면 그것은 성육신의 의미를 삶 속에서 드러내는 것이다. 그때 “기쁘다 구주 오셨네. 만백성 맞으라”라는 찬양을 더욱 기쁘게 부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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